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건강상 문제가 없다면, 수축기 혈압 120mmHg, 이완기 혈압이 80mmHg 미만일 때를 정상 혈압이라고 본다. 그런데 수축기 혈압이 90mmHg, 이완기 혈압이 60mmHg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저혈압’이라고 진단한다. 저혈압은 발생 원인에 따라 총 5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저혈압이 나타나면 극심한 두통과 현기증을 겪게 된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원인에 따른 저혈압의 종류 5
1. 본태성 저혈압
‘만성 저혈압’이라고도 불리는 ‘본태성 저혈압’은 특별한 원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축기 혈압이 80~110mmHg 정도로 낮은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에는 문제가 되는 질환도 없는 데다 주요 장기에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으며 별도의 치료도 시행하지 않는다. 혈압이 극도로 낮아지는 상황이 생기거나 이상 증상이 보이는 경우에만 혈압을 조절하는 치료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2. 급성 저혈압
갑작스럽게 나타난 저혈압, ‘급성 저혈압’은 ‘저혈압 쇼크’라고도 불린다. 급성 저혈압이 나타나면 △호흡곤란 △피부 창백 △어지럼증 △두통 △가슴 답답함 △메스꺼움 △시야 흐려짐 등의 증상을 겪게 되며, 그대로 정신을 잃고 실신하는 경우도 있다. 발생 원인에 따라 △출혈, 구토, 설사 등으로 인한 체액 감소성 쇼크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심인성 쇼크 △전신에 균이 퍼지며 찾아오는 패혈성 쇼크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미주신경성 실신 등이 급성 저혈압에 해당한다.
급성 저혈압은 원인이 되는 질환이 명확하게 있는 만큼, 원인을 찾아 빠르게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혈로 인한 체액 감소성 쇼크는 출혈에 대한 치료와 수혈로 개선할 수 있고, 패혈성 쇼크는 적절한 항생제를 복용하면서 증상에 맞는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미주신경성 실신이 찾아온 경우에는 미도드린 등의 항저혈압 약물을 사용해 혈압을 높이고,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성상신경절 차단술을 시행해 혈압을 정상 범위로 되돌릴 수 있다.
3. 기립성 저혈압
누워 있다 갑자기 앉거나 일어나면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어지럼증이 나타난다면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누워 있는 상태에서는 앉거나 선 자세에 비해 혈액이 다리와 복부 쪽으로 많이 몰리게 되는데, 급하게 자세를 바꾸면 심장으로 되돌아오는 혈액량이 원래에 비해 줄어들면서 저혈압 증상을 겪게 된다. 갑작스러운 자세 변경 외에도 사우나에서 하체 혈관이 확장돼 있을 때 일시적으로 기립성 저혈압을 겪는 경우가 많으며, △급격한 체중 감소 △당뇨병 △탈수 △심장질환 등이 있는 경우에 기립성 저혈압 증상을 쉽게 겪을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워서 혈압을 재고, 일어선 후 1분과 3분이 지나서 혈압을 재는 방식으로 진단한다. △수축기 혈압이 90mmHg 미만으로 감소하는 경우 △정상 혈압 대비 수축기 혈압이 20 mmHg 이상 감소하는 경우 △정상 혈압 대비 이완기 혈압이 10mmHg 이상 감소하는 경우에 기립성 저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다. 만약 기립성 저혈압을 겪고 있다면 하체로 몰리는 혈액을 조절할 수 있도록 압박스타킹을 착용하거나, 누운 자세에서 다리 밑에 베개나 쿠션을 두고 다리를 높게 유지하면 저혈압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4. 식후 저혈압
식사 후에 급격하게 나른해지고, 어지럼증이 느껴진다면 ‘식후 저혈압’이 찾아왔을 수 있다. 음식을 먹는 동안에는 다량의 혈액이 장운동이 활발해지는 소화기계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장기에 혈액 공급량이 감소하게 되는데, 이때 혈압이 떨어지면서 저혈압을 겪게 되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이 식후 저혈압을 겪는 경우는 드물지만, 고령으로 인해 자율신경계 반응이 줄어들었거나 탈수, 출혈 등으로 인해 혈액량이 일반인에 비해 줄어 있는 사람은 식후 저혈압을 쉽게 겪을 수 있다.
식후 저혈압 예방을 위해서는 식전에 물을 마셔 위에 가볍게 포만감을 주고,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적은 양의 식사를 자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소화에 필요한 인체 부담을 줄이면서 혈액이 몰리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장 내에서 소화가 비교적 느린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가장 먼저 먹고, 소화가 빠른 탄수화물 가급적 식사의 맨 마지막 단계에서 소량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과 포도당이 장 내에서 빠르게 소화되는 과정에서 혈액을 더욱 많이 필요로 하게 되고, 혈관 확장성 물질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5. 약물 유발성 저혈압
특정 약을 복용한 후 부작용으로 저혈압을 겪는 경우도 있다. △고혈압 환자가 혈압강하제를 과다하게 복용한 경우 △혈압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장기간 같은 혈압약을 복용하는 경우 △여러 약물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경우 △전립선비대증, 우울증 치료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 등에서 ‘약물 유발성 저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약물을 복용한 후 극심한 두통이나 어지럼증, 구토감, 맥박의 급격한 변화 등을 느낀다면 저혈압을 의심해야 할 수 있다.
약물 유발성 저혈압 증상이 나타나면 어느 정도 증상이 가라앉을 때까지 옆으로 돌아누워 있거나,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위치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이후 증상이 개선되면 병원을 찾아 복용한 약물과 증상을 설명하고, 복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약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환자가 임의로 약물을 끊을 경우에는 기존에 앓던 질환이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의료진과의 상담을 거치는 것이 좋다.
젊다고 방심하면 안 되는 저혈압, 치료 필요한 이유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의하면 2023년 기준 국내 저혈압 환자는 4만 4,861명이다. 남성의 경우 60~70대 환자가 가장 많았고, 여성의 경우 10~20대 환자가 가장 흔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건강보험은 이에 대해 고령자의 경우 자율신경계 이상이나 심혈관질환을 겪을 위험이 높은 데다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만큼 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지기가 쉽고,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체중 감소나 월경과 관련된 철 결핍성 빈혈이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심하지 않은 저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고, 증상이 있더라도 가벼운 두통이 스쳐 지나가는 것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치료를 등한시하기 쉽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저혈압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원인 질환을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혈압으로 인한 실신이나 낙상 등도 문제가 되지만, 원인 질환이 악화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본태성 저혈압이 아니면서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는 경우라면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저혈압을 예방할 수 있다. 자율신경을 자극하는 흡연과 음주는 피하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심장과 혈관 기능을 개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적당량의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영양 불균형을 조절하는 것도 저혈압 개선을 위해 중요하다.